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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설이 코앞인데 체임에 눈물…속 타는 근로자들

기사승인 2017.01.25  11: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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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당장 재취업도 어려운데 6개월째 퇴직금을 못받고 있어요. 설 명절이 코앞인데... 가족 볼 면목이 없습니다"

설 명절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2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중부고용노동청 앞.

유 모(48·남)씨가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접수하고 나오면서 탄식과 함께 내뱉은 말처럼 체불임금(체임·滯賃)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설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친지,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조상에게 차례(茶禮)를 지내고 웃어른에게 세배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다.

떡국을 함께 먹으며 우애를 나누는 날이지만 이렇게 즐거운 날에 웃음 대신 한숨 쉬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 남동구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서 5년동안 근무했다는 유씨는 "지난해 7월 허리디스크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고 근무했으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올해 1월 퇴사했다"며 "그런데 아직도 퇴직금 1천여만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근로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서구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함께 근무했다.

이들은 두 달여 일했지만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 생활은 물론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도 송금 못해 그들까지 생활이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월급날이 지나도 통장에 입금되지 않자 A씨가 "월급을 왜 안주냐"고 작업반장에게 물었지만 “사장이 다음 달에 준다고 했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당장 생활비가 없던 A씨와 B씨는 "바로 월급을 안주면 일할 수 없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겠다"고 항의하자 작업반장은 돌변해 "태도가 괘씸해 돈을 못주게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이들은 현재 32만원짜리 월세방에 함께 살고 있지만 월급이 나오지 않아 두 달이나 방세를 내지 못하고 결국 중부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밀린 임금 400여만원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부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지난해 발생한 체임 액수는 모두 761억원에 달한다. 2014년 645억8000만원, 2015년 689억6000만원보다 70억원 정도 증가했다.

이처럼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인천지역내 기업들의 경영 악화나 고용주의 임금 착취 등에 따라 내·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체불되면서 이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규모 제조업체나 식당 등의 폐업이 대거 늘어나고 이에 따라 체임 건수와 액수 모두 급증하고 있다.

경기고용노동지청 관할 지역인 수원·용인·화성시의 체임도 2015년 648억7000여만원에서 지난해에는 829억8000만원으로 35.9%나 급등했다.

특히 파견 근로자 사업장 및 사내 하도급 근로자 사업장 점검에서도 2015년 68곳이던 위반 업체가 2016년엔 74곳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체불임금도 1000만원에서 48억9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이에 중부고용노동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오는 26일까지 ‘체불임금 청산지원 전담반’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체임 업체나 체불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 관리 등에 나설 방침이다.

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악덕 체임 사업주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하지만 도산 등에 따라 사업주가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체임이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최우선 처리할 계획이며, 체임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는 융자 지원을 통해 청산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건설 현장은 업무상 일용직 노동자가 많으며, 대기업인 원청 업체보다 중소 하도급 업체에서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창-하도급 업체간 자재 납품비 지급 마찰을 빚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9월에는 현대건설이 하도급 업체 일용직 노동자 임금과 자재 납품비 지급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은 현대건설에 대해 하도급 업체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는지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어겼다며 원청 업체로서 체임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재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까지 가세해 한바탕 '체임전쟁'을 치룬 것이다.

이러한 현장 근로자나 직장인 등 외에 아르바이트생까지도 체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애슐리·자연별곡 등의 외식 브랜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4만여명의 임금과 수당 83억7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에서 '제2의 이랜드 체임 사태'를 막기위해 이달 17일부터 3월31일까지 아르바이트 체임 피해 집중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노동복지센터와 노동단체 17곳을 신고센터로 운영하는 등 관리감독에 나섰다.

체임 등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신고센터에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법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이 진정·청구·행정소송 등을 무료로 대행해 준다.

또한 전화 120 다산콜센터나 아르바이트 청년권리지킴이 홈페이지(albaright.com) 신고 및 카카오톡 '서울알바지킴이' 등을 통해 상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체임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자 정부도 나서 체임 해결에 앞장섰다.

업체의 체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방문해 "임금은 근로자의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이며, 정당한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 지급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가 체임 해결을 약속한만큼 앞으로는 체임으로 눈물짓는 명절을 보내는 근로자가 없도록 관리감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영선 기자 maddala@hanmail.net

<저작권자 © 아시아 글로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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